시티헌터

'시티헌터' 진혁 감독, "너무 욕심부렸다"[종영인터뷰]

룡2 2011. 8. 5. 10:30

http://news.nate.com/view/20110804n09397




80년대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 팬을 사로잡았던 영웅이 2011년 한국에서 재탄생됐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처단하는 케케묵은 복수극으로 시작했지만, 2011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사회적 이슈들을 끄집어내며 한바탕 혈투를 벌었다.

답답한 현실에 통쾌함을 선사하겠다던 진혁 PD의 의도는 적중했다. 극 중반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하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지만, 지난 두 달 간 ‘시티헌터’는 대중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던 사회 부조리에 대한 답답함과 영웅 탄생에 대한 갈망을 해소시켜줬다.

시청률 46%라는 초대박을 기록한 홈드라마 SBS ‘찬란한 유산’에 이어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로 호평을 받은 SBS ‘검사 프린세스’에 이어 ‘시티헌터’까지. 대중의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잡아내며 ‘3연속 홈런’을 터뜨린 진혁 감독과 ‘시티헌터’ 종영 후 서면인터뷰를 가졌다.

Q. 작품을 끝마친 소감은?

“아직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쉬웠던 장면들이 계속 꿈에 나와서.”

Q. ‘시티헌터’는 전작들과 달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초반에는 원작 만화와 너무 다른 전개로 시청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는데.

“원작은 인터넷과 핸드폰이 없었던 80년대가 배경이라 그대로 가져올 수 없었다. 원작자(츠카사 호조) 측과의 미팅에서도 원작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재창조를 요청해왔다. 만약 원작을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했으면 제가 연출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시티헌터’는 단순한 일본 만화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글로벌한 만화다. 이 만화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설정이 필요했고 그 시작을 한국에서 하게 된 것이다. 아마 한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드라마화가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

만화 자체가 드라마화에 걸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원작 내용 중 주인공의 과거부분만 끌어와 한국 사정에 맞게 각색해 원작의 프리퀄 형식으로 만들었다.”

Q. ‘시티헌터’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사회적 이슈를 많이 끄집어낸 작품이다. 그 중 민감한 사안도 있었고, 그 부분을 극 속에 녹여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요즘 뉴스를 볼 때 느끼는 답답함을 풀어드리는, 통쾌함을 주는 판타지가 이 드라마의 목적이었다. 이슈 하나하나를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단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해자는 항상 가해자이고 피해자는 항상 피해자인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 중 한명이 가해자들에게 응징하는 꿈같은 스토리로 한국적 히어로물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Q. 액션신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 숟가락 액션이나 물통액션 등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색다른 액션 장면도 많았고, 카메라 기법 역시 눈길을 끌었다.

“액션신들에 대한 기대는 할리우드 영화에 맞춰져 있는데 우리 제작여건으로 그들을 따라가긴 어려워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창의적인’ 액션신을 모토로 세계 십여개 국가의 무술들을 뒤졌다. 그 중 이스라엘 특공대의 크라브 마가와 필리핀의 칼리 아르니스를 선택, 이민호 씨가 촬영 두 달 전부터 이 무술들을 익혔다.

생활 속의 소품들을 액션에 활용하기로 하고 아이템들을 선정했고 그 중 아쉽게도 드라마에 나오지 못한 것들도 있다. 이민호 씨가 워낙 운동신경이 좋아 모든 액션신들을 직접 할 수 있었다. 액션신 촬영은 제가 먼저 장소와 상황을 제시해주면 무술팀이 합을 짜오고 그 합을 현장에서 리허설하면서 수정한 후, 제가 콘티를 짜서 촬영을 들어가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Q. 모든 상황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을 텐데. 액션신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병원 거울 액션신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장면이다. 병원신을 찍으러 병원에 가서 현장을 둘러보다 거울이 양면으로 배치된 락커룸을 발견했고 갑자기 재밌는 콘티가 생각나서 현장에서 바로 액션을 추가했다. 다행히 이민호 씨가 워낙 액션에 능해 현장에서 갑자기 액션 장면을 요구해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19회의 폐차장신도 농담삼아 폐차장 주인한테 차를 밟고 부셔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줘 갑자기 콘티를 짜 지게차를 불러 차들을 재배치하고 무술팀에게 합을 의뢰했다. 무술팀도 워낙 빠른 팀이라 합을 금방 짰고 이민호 씨도 금방 몸에 익혀 카메라 4대로 두 번 만에 촬영을 끝냈다. 스태프들이 이민호 씨에게 박수를 쳐줄 정도로 한 번에 잘해냈다.”

Q. ‘시티헌터’는 이민호에 의한, 이민호를 위한 드라마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저는 배우복이 많은 감독이다. 욕심이 많아 배우 캐스팅을 다른 사람에게 잘 안 맡기고 대부분 직접 하는데 다행히 하는 드라마마다 좋은 배우들과 일할 수 있었다. 이민호 씨는 함께 일할수록 욕심이 나는 배우다. 무엇 하나를 끌어내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배우다. 드라마를 보는 시야도 탁월해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을 보여주니 제가 욕심을 부려 배우를 힘들게 한 적도 있어 미안하기도 하다. 액션이 많다보니 끊임없이 사고와 부상이 이어졌음에도 내색 안하고 버텨줬다. 지금 이민호 씨 몸은 아마 만신창이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고마울 뿐이다.”




Q. 마지막에 너무 서둘러 끝난 느낌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겠지만, 작품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보통 액션물은 제작기간과 제작비가 많이 든다. 그러나, 시티헌터는 사정상 방송 한 달 반전에 급히 촬영을 나갔고 제작비도 최근 제작된 액션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뒤로 갈수록 처음 계획한 시놉과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겼다. 막대한 제작비를 쓰지 않아도 장르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좋았지만 그 돈과 시간이 막판으로 갈수록 아쉬웠다.”

Q. 결국 ‘시티헌터’를 통해 시청자, 대중들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나?

“비슷비슷한 드라마가 많은 현실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티헌터’가 시작할 당시 거의 모든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사극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겠지만 시청자들의 다양한 것을 볼 권리에 무엇인가 기여하고 싶었다. 액션을 비롯한 장르물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어 정말 많은 장애를 뚫고 성사시킨 드라마가 ‘시티헌터’다. 촬영 때보다 촬영이 성사되기까지 몇 배나 더 힘들었다. 아쉽긴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보인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많았다. 세대간의 대물림되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 소통이 단절된 도시에서 대안가족을 만드는 이야기, 법의 효용성에 관한 이야기, 불의가 당연시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픈 성장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등... 다만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니 주제들이 잘 어울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Q. ‘찬란한 유산’ 대박에 이어 ‘검사 프린세스’, ‘시티헌터’까지 연출한 모든 작품이 성공을 거뒀다.

“운이 좋았고 좋은 스태프, 배우, 작가들을 만났다. 연출할 때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성은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너와 나, 누군가와 누군가의 사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즐거운가, 슬픈가...이것이 드라마의 핵심인 것 같다. 영상이든 연기든 그 점을 항상 중심에 둔다.”

Q. 홈드라마, 멜로, 액션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연달아 작품을 하고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걸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구체적인)계획은 아직 없지만 또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을 싫어하고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할 수 있을 때 계속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싶다.”
bongj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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