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이민호, "은상이보다 밝고, 내가 지켜주고픈 여자가 이상형"

룡2 2013. 12. 30. 17:12



“김탄처럼 사랑과 가족을 위해 용기 있게 직진해야죠. ”

최근 종영한 SBS ‘상속자들’에서 제국그룹의 상속자 김탄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민호(26)가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미뤄둔 광고 촬영을 비롯해 중국 등 해외 일정, 연기대상 시상식, 내년 1월 18일에는 올해 글로벌 투어 ‘마이 에브리딩’의 앙코르 공연, 새 영화 촬영 등 쉴 새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2009년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뒤 MBC ‘개인의 취향’, SBS ‘시티헌터’, ‘신의’로 한류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상속자들’이 중국 최대 동영상사이트 유쿠닷컴에서 누적조회수 6억뷰를 돌파하며 최근 중국 방문 때 VIP 대우를 받기도 했다.


◇김탄이 남긴 것은 사랑, 용기, 가족

-종영 소감은

계속 스케줄이 있어서 종영한 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극 중에서 서자라고 밝히기 전부터 3주간 힘들어서 미친 듯 감정이 가라앉아 극한의 우울함을 맛봤다. 이렇게 우는 신이 많은 적이 없었고,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나도 모르는 새 쌓였던 게 많았던 것 같다. 작품하면서 처음으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특히 여자와 관계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올곧게 순수한 마음으로 직진해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작품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원래 추구하던 사랑은 김탄 같은 사랑이었다. 그전에는 어떻게 사랑해야겠다고 정리가 안 됐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사랑, 꿈꾸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상(박신혜) 캐릭터가 이상형에 가까운가?

내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나보다 더 밝고 사랑스러운 면이 있는 여자가 좋다. 은상이는 밝지만 아픔도 많고 생활력이 강하지 않나? 좀 더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이상형이다. 내가 남성성이 강한 것 같다.

-가슴에 가장 와 닿은 대사가 있다면

‘사춘기란 나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상황이 만드는 거다’ 라는 대사가 많이 생각난다. ‘나, 너 좋아하냐’, ‘우리 집 갈래?’ 이런 대사까지는 괜찮았는데 ‘지금부터 나 좋아해. 진심으로’라는 말은 대본을 보는 순간 정말 오글거렸다. 얼마나 자신감이 있어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김탄의 진정성과 자신감 때문에 더 어필한 것 같다. 남자가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에서 여자에게 매달렸으면 매력이 없었을 듯하다. 요즘도 ‘나, 지금 배고프냐?’, ‘나, 집에 가고 싶냐?’ 등 김탄의 말투를 자주 쓴다.

-은상이 박신혜와 연기 호흡을 어땠나?

박신혜한테 고마운 게 나는 연기를 맞출 때 여배우에게 ‘여기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싶어’ 하고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일단 하고 나서 문제되면 얘기하는 편인데 신혜가 잘 맞춰줬다. 격정적인 키스신 때도 신혜가 놀라서 내 옷을 잡았다고 하던데 그때도 미리 말 안 하고 그냥 ‘격하게만 할 거야!’ 요 정도만 얘기하고 지문에 있는 대로 턱을 잡고 했다. 신혜의 앞치마를 벗기는 장면도 다들 야하다고 하던데 지문에 ‘야하게’라고 돼 있었다. 하하~.



◇한류 스타, 그 무게를 견뎌라

-중국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필리핀이나 동남아를 갈 때는 사전에 공항 당국과 조율해서 가는데 이번에 중국갈 때는 예전과는 달랐다. 비행기가 착륙해서 게이트 쪽으로 가다가 나랑 스태프들만 중간에 먼저 내려 버스를 타고 다른 통로로 갔고 그다음에 비행기가 이동했다. 공항에 팬들이 많이 몰려 ‘조금 위험한 상황이구나!’ 하고 느꼈다. 미리 얘기하고 가는 것과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바꾼 거라 느낌이 새로웠다. 중국 방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 각별히 신경써준 것 같다.

-지난 22일 ‘2013 바이두 페이디엔’에서 아시아 최고 배우상을 받을 때 판빙빙과 키스 퍼포먼스가 화제였다

판빙빙과 사전에 연인 콘셉트로 3가지 포즈를 준비했지만 키스 퍼포먼스를 할 줄은 몰랐다. 판빙빙이 노련하게 인형을 들어 올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 그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로 키스한 건 아니다. 하하.

-한류 스타인데 이와 관련해 고민이 있다면

필리핀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 등이 공연한 8000~1만석 규모의 행사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필리핀에 가면 식사하는 자리에 시의원이나 대통령 며느리가 와서 사진 찍고 가고 동남아 국가들은 왕족들이 오곤 한다. 중국에서는 손에 꼽는 기업가들이 오더라. 지역 특산물 선물도 주고 과분한 인기에 감사드린다. 의도치 않게 해외에 많은 팬이 생겨서 국내 작품에만 더 이상 집중할 게 아니라 해외 작품도 눈여겨보고 있다. 해외 팬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일본에서 SBS 드라마 ‘신의’가 잘 됐는데…

‘신의’는 뭔가 가슴이 아련해지는 작품이다. 국내에선 시청률이 10%대였지만 ‘신의’의 해외 팬이 많다. 그때 새로 생긴 팬들은 가슴 저린 아픔이 있는 분들이 많더라. 그때 나를 알게 된 팬 중에는 ‘아직 최영을 놔 줄 준비가 안 됐다’며 ‘상속자들’을 안 본 분이 많다고 한다.


◇2014년에는 ‘상남자’로 스크린에서


-소년과 남자의 중간 이미지다.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은

26~27세로 평생 멈추고 싶다. 너무 남자가 되고 싶지도 않고 딱 그 중간에 있는 지금이 좋다. 연기 경력으로 보자면 로맨틱 코미디물을 할 때가 아니라 연기적으로 색깔을 입히고 발전해야 하는 시기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이 모습을 최대한 많이 남겨놓고 싶다. 서른 살이 넘으면 이미지 변신에 자유롭게 도전할 것이다. 차기작인 영화 ‘강남블루스’에선 오로지 남성미를 보여줄 거다. ‘이민호한테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관객들이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이자 숙제다. 내년 3월부터 촬영하는데 액션 연기를 준비해야 한다.

-팬들이 모르는 단점(?)이 있다면

엄청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죽을 만큼 노력하는 스타일로 알고 있는데 작품이 결정되고 촬영하기 전까진 그렇게 하지만 그 외적인 시간, 작품과 작품 사이가 길 때는 피부과도 안 가고 운동도 안 하면서 푹 늘어져서 쉬는 편이다.

-배우 정일우, 김범과 요즘도 친하게 지내나?

정일우는 요즘 MBC ‘황금무지개’ 촬영하느라 바쁘다. 범이는 ‘상속자들’ 촬영 중 문근영과 나란히 공항에 온 사진을 봤는데 너무 해맑게 나와 정말 사랑스럽게 연애하는 것 같았다. 나보다 더 탄이에 가까운 사랑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 한 명 딱 꽂히는 사람이 있으면,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생기면 탄이처럼 사랑할 거다. 일하면서 오는 즐거움이 크지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 건 역시 사랑이다.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멋있어요’, ‘잘생겼어요’라는 말보다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이 작품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팬이 있었다. 아들을 잃고 힘들어하다가 ‘시티헌터’를 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면서. 정말 울컥했다. ‘드라마의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다. ‘상속자들’을 통해 사랑에 대해 서투르고 많이 부족했던 분들이 보시고 순수한 감정에서 오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고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메시지도 있어 많은 분들이 그런 메시지를 얻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