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인터뷰] 이민호, 그에게 '스타'라는 왕관의 무게란..

룡2 2013. 12. 30. 16:58


나름 꽤 긴 무명시절을 거쳤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꽃보다 남자' 하나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라 생각한다. 그만큼 '꽃보다 남자' 속 이민호가 연기한 구준표란 캐릭터는 강렬했고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꽃보다 남자' 후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는 이후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 '신의'에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이 작품들 모두 '꽃보다 남자'의 아성을 뛰어넘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는 점이다.




그랬던 이민호가 구준표와 꽤나 닮아 있는 재벌2세 캐릭터 김탄으로 분한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지난 10월 9일 첫 방송한 이 작품에서 이민호는 또 한 번 여심을 들었다 놨다했다. 여심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달달한 대사에 뭇 여성들은 봄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렸다.

'또 재벌이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구준표와 김탄은 닮은 듯 달랐다. 무엇보다 5년여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느덧 소년티를 벗고 어엿한 남성으로 성장한 이민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났다.

◆"이민호에게 스타라는 왕관의 무게는…."

"시놉시스가 나오기 전 김은숙 작가님을 처음 뵀다. 고등학생 재벌의 사랑이야기를 하신다고 하셔서 사실 의외였다. 이미 '꽃보다 남자'에서 비슷한 구준표 역할을 한 나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셔서. 하지만 김은숙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

이 같은 믿음은 헛되지 않았다. '상속자들'이 종영한 지금 이민호는 또 한 번 배우로 도약했음을 보여줬다. 김탄으로 변신한 그는 초반 감정을 절제하며 차은상(박신혜)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키워나갔고, 종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는 사랑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같은 배우가 연기했지만 김탄과 구준표는 확실히 달랐음을 입증했다. 재벌이라고, 같은 사람이 연기한다고 다 똑같은 캐릭터는 아닌 것이다.

물론 부담도 있었을 터. '꽃보다 남자'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에게 '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는 과연 어땠을까.

"스트레스 받는 부분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탈하고 소박한 사람이라 그냥 평범한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젠 어느새 지나가다 밥집에 그냥 들어가고 싶어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포기해야 할 게 많아진 거다.

하지만 팬분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말 중 하나가 '이 작품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거였다. 사실 내가 고마워야 할 입장인데 한 팬 분이 아들을 잃고 힘들어하던 중 '시티헌터'를 본 후 많은 위로를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신의'란 작품도 힘든 분들이 많이 보셨더라. 그분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는 말에,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막중한 책임감이 드는 이유다. 팬분들이 늘수록 그 기대에 부응하고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려 노력한다."

'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는 책임감의 무게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요즘 이민호는 이 같은 사실을 새삼 뜨겁게 실감하고 있다




◆"'상속자들', 사랑의 의미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상속자들'에 쏠린 대중의 큰 사랑도 대단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이민호 자신 역시 '사랑'에 대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과연 김탄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란 원론적인 의문을 통해 자신에게 인생의 화두를 던졌다.

"'상속자들' 덕에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그 동안 나 역시 김탄 같은 사랑을 추구했지만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며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김은숙 작가님이 왜 사랑받는 작품을 쓰는지 알게 됐다. 순수하고 올곧은 사랑, 모두가 꿈꾸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나도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배우이기 전 한 남자로서 그는 자신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자신 앞에 나타날 누군가에게 김탄처럼 사랑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최소 3개월은 지켜보는 스타일이라는 이민호. 하지만 그도 이제 김탄 같은 첫눈에 빠지는 불같은 사랑을 꿈꾼다.

"지금 내 곁에 누군가 없지만 첫눈에 빠지는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김탄처럼 하겠다.(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