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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시티헌터'로 잃은 것? 만신창이된 몸"(인터뷰①)

룡2 2011. 8. 10. 09:29

http://news.nate.com/view/20110810n02807


[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배우 이민호(24)의 이름 앞에는 늘 ‘꽃남’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 2009년 신드롬적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만큼, 그에게 ‘꽃남’이란 수식어는 어쩌면 평생 그를 따라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꽃남’이란 말에는 ‘잘생겼다’는 좋은 의미가 담겨있지만, 연기보단 외모를 더 부각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강동원과 원빈이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 때문에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뒤늦게 이뤄졌듯, 이민호에게 ‘꽃남’이란 수식어도 마냥 반갑기만한 표현은 아니다.

그래도 이민호는 운이 좋은 편이다. ‘꽃남’으로 주목받은지 2년 만에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시티헌터’(극본 황은경, 최수진/연출 진혁)에서 주인공 이윤성을 연기한 이민호는 멜로드라마 속 잘생긴 남자주인공이 아닌, 고독한 눈빛을 안고 액션을 펼칠 줄 아는 남성미 강한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불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사랑도 받았으니, ‘시티헌터’는 그의 연기인생에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기존의 남자 원톱 장르물은 보통 30대 배우가 해서 묵직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그걸 저처럼 20대 중반의 배우가 하면 새로운 느낌의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어요. 무겁기만 하지 않고 밝고 유쾌한 장르물을 할 수 있단 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시티헌터’는 기획 단계부터 일찍이 이민호를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한 후 나머지를 진행했다. 그만큼 이민호는 일찍부터 액션을 비롯해 이윤성에 빠져들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런 노력 덕에 이민호는 남다른 액션을 선보이며 눈빛부터 고독한 '시티헌터' 이윤성으로 완벽히 거듭날 수 있었다.

“액션 준비는 한 3~4개월 정도 했어요. 처음부터 기존의 드라마에서 해온 큰 주먹을 날리는 액션보단, 짧고 간결하고 선이 깔끔하면서 빠른 액션을 찾았기 때문에 그런 이윤성의 액션이 나왔어요. 그게 저랑 잘 맞았던 거 같고 그래서 그 무술에 애착이 가요. 액션연기요? 너무 힘들었죠. 방송 6회부터 거의 생방송으로 촬영이 진행됐는데, 나머지 14회분에 모두 액션신이 있었어요. 1주일에 어려운 신 포함해 2개씩은 찍어야 하는데, 합을 맞출 시간은 없고 2~3일 밤을 새고 찍기도 하고. 그러니 힘들었죠.”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시티헌터’의 액션신은 큰 화제를 모았다. 이민호가 선보인 액션들은 ‘숟가락 액션’, ‘거울 액션’, ‘폐차장 액션’ 등으로 불리며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액션신 뒤에는 이민호의 잦은 부상이 숨겨져 있다. 제작진으로부터 ‘벗겨놓으면 상처투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잔상처가 많지만, 이민호는 “어디가 부러지거나 하는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죠”라며 웃어넘긴다.

유쾌한 성격의 이민호는 액션도 힘들었지만 뼛속부터 고독한 ‘시티헌터’의 내면을 연기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꼈다. 좀 더 이윤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평소 자신의 밝은 모습을 눌러둬야 했으니 피로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신에서든, 심지어 밝게 웃는 신에서도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을 잊지 않으려 했어요. 여자친구도 없고, 집에 혼자 있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그런 식으로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을 생각하려 했죠. ‘시티헌터’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요? 글쎄요. 얻은 건 기존의 제 이미지 보단 조금 더 배우에 가깝게 가고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된 거 같다는 것이고, 반대로 잃은 건 만신창이가 된 몸? 신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저 자신을 피곤하게 한 작품이에요. 스트레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받았고 원래 예민한 편도 아닌데 예민해지기도 했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심신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힘들었다지만, 이민호는 ‘시티헌터’ 시즌2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진혁 PD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이윤성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진혁 감독님과 일하면서 ‘이런 게 잘 맞는 거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대본을 보고 제가 생각하는 걸 분석해서 말씀드리면,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고. ‘이걸 고쳐야겠다’라고 말하려 하면 감독님이 먼저 그걸 고치자 하고. 그렇게 생각이 통하는 게 많았어요. 6회부터 급하게 찍었는데도 작품이 사랑받은 건 감독님의 몫이 크죠. ‘시티헌터’ 시즌 2요? 이런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시즌 1과 다른 모습, 시간이 흘러 새로운 이윤성을 표현할 수 있는게 많다면 시즌 2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존의 이윤성과 같은 느낌의 연결선이면 못하겠지만, 새로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고 그 속에 캐릭터의 드라마적 감정이 살아있다면 시즌 2도 할 수 있죠.”

이민호도 자신이 ‘꽃남’이라 불리고 그게 어떤 이미지인지를 잘 알고 있다. ‘시티헌터’를 통해 연기의 폭을 넓히고 배우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은 이민호는 여전히 ‘꽃남’보단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목마르다.

“‘배우’ 이민호라 불려지면 좋겠어요. 아직까진 배우라는 이미지 보단 ‘꽃남’, ‘반짝스타’ 그런 이미지가 큰 거 같아요. ‘반짝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성숙한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