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신의 이민호~신의, 사상 최고의 로맨틱 캐릭터로도 부족한 로맨스담

룡2 2012. 10. 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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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드라마는 명확한 장르다. 누가 봐도 망한 드라마인데도 그걸 먼저 보는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 남들이 모두 '네 멋대로 해라'를 볼 때 그들은 '순수의 시대'를 봤다. 남들이 모두 '골든타임'을 칭찬할 때 그들은 '신의' 빠져 산다. 

첫 회 시작 5분 만에 '신의'는 보는 사람을 의아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거 김종학 연출 아니지, 김종학 제작이지? 끝날 때까지 드라마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액션은 허술하고, 세트와 의상은 성의 없다. CG는 용가리 수준에, 개연성 없는 판타지 때문에 실소가 터지는데 설정까지 매력 없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시던 최영 할아버지라니! 

아니, 그 돈은 다 어디 갖다 썼나? 불만을 중얼대면서도 2회를 다시 찾는 것은 김종학 송지나 콤비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리라는 미련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비에 젖은 망토를 두른 무심한 표정의 검객이 카메라에 잡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앞으로 액션이, 대 서사극이 아니라 손에서 벼락을 발사하는 사내와 목숨을 걸고 하는 로맨스 드라마가 될 것임을 알아챘기 때문에. 

신의의 판타지는 오롯이 이민호의 최영에게서 나온다. 그가 뇌공을 써서, 판타스틱한 보디라인을 가져서가 아니다. 그는상처를 온 몸에 새긴 채 들판에 홀로 살아남은 들개 한 마리의 야생성을 오직 한 여자 앞에서만 포기한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카메라를 스치는 순간, 여성 시청자 하나하나는 브라운관과 렌즈를 넘어 김희선의 모습으로 그를 소유한다. 

때문에 신의는 이미 완성되었다. 최영이 판타지와 피 냄새 나는 야성과 몰락하는 왕국의 나른한 긴장으로 빈틈없이 엮이고, 이것이 펄럭이는 무사복을 걸친 이민호로 시각화되는 순간 어떤 상대와 붙어 무슨 짓을 해도 로맨스가 발생되는 것이다. 캐릭터가 스토리를 토해내는 순간이다.

과정이 어떠했던 간에 분명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은 팀의, 특히 작가의 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신의는 그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사상 유례없이 로맨틱한 캐릭터를 탄생시키고도 스토리와 드라마의 스케일은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만 20회째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래도 로맨스 장르 예찬자들은 본다. 이런 캐릭터의 등장이 오랜만에 설레기 때문에. 핀트가 어긋나 그렇지 기본기는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하지만 대중성과 보편성은 어느 하나에 편향된 사람들의 지지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모든 성공한 드라마가 잘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대중성이란 것이 타이밍에 좌우되는 일도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신의의 문제는 그 편향된 하나가 없다는 데 있다.

고수들은 한 놈만 팬다. 하나만 잘 패 끝까지 가보면 일정의 완성도를 낼 수 있고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완성된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만 오롯이 집중해도 신의는 칭찬 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는데 신의는 모든 것을 담고 싶어 한다. 3년의 담금질이 녹아 있는 것과 3년의 욕심으로 불어난 것의 차이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