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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민호 눈빛연기에 담긴 비밀, 치밀한 캐릭터 해석에 놀랐다(윈Win)

룡2 2012. 10. 1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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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수가 돌아왔다는 말에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최영, 기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하다가 이내 은수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달리기 시작한다. 은수를 보자마자 감정제어를 하지못하고 와락 끌어안는 최영, 이젠 두 사람의 포옹신이 자연스럽다. 키스이후 급진전된 스킨십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다만 떠나야 한다는 것과 보내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사랑을 발목잡고 있지만 말이다.

 

유은수의 스케치북 고백은 시청자는 알 수 있었지만, 최영은 알지 못하는 위로용 고백이 되고 말았다. 알지못하는 글자를 보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은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은, 공부를 배우는 온순한 학생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다행인 점은 깊은 슬픔을 털어내지 못할 것 같았던 최영이 은수의 위로로 피붙이같았던 우달치들을 잃은 슬픔을 조금은 덜어내고 웃음을 찾았다는 점이다. 가슴에 묻은 형제들,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을 따라다닐 터이지만.

 

 

이미 공민왕에게는 그의 마음을 전달해 버린 터였다. 우달치를 잃은 죄책감을 자신의 사랑때문이라며 구구절절 변명을 하지 않는 최영이었다. 최영의 솔직한 마음은 공민왕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공민왕은 우달치 24명을 잃은 것에, 과연 고려왕으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계속 희생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중이었다. 최영과 노국공주는 그런 공민왕에게 정답을 말해준 것이다.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고려에 대한 충정같은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노국공주는 어떠했는가? 원에 직접 대항하려는 공민왕이 수심에 잠겨있자 노국공주는 말한다. "제게 나라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지아비가 편히 잠들수 있는 곳이면 족합니다".

 

 

최영과 노국공주의 말을 들은 후 공민왕은 하옥된 덕흥군을 불러 독대를 청한다. "숙부님께 고려말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덕흥군은 자기자신이라고 간결하게 대답한다. 유은수의 진단대로 자기애성 인격장애 중증환자가 틀림없어 보인다.

공민왕은 덕흥군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다행입니다. 숙부보다는 내가 더 나은 왕이 될 것 같아서요", 공민왕은 그길로 덕흥군을 방면해 최영과 감정대립을 잠깐 하기도 한다. 덕흥군이 유은수에게 또다시 독으로 해를 입혔다는 것에 분노해 달려온 최영, 원나라에서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임명한다는 칙서를 들고 사신이 오고 있어 원나라와 전쟁의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수긍해야만 했던 것.

 

 

공민왕이 덕흥군에게 대답이 마음에 든다며, 내가 더 나은 왕이 될 것 같다며 보인 자신감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공민왕은 노국공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고려왕 옥좌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자기가 아닌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이 깊다. 노국공주 또한 같았다. 조국이 아닌 지아비의 편안한 잠자리가 노국공주에게는 더 소중한 무엇이었다. 최영 또한 같은 말을 했다. 그 분이 먼저였다는 말로 충정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앞세웠던 것이다.

덕흥군은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공민왕과 덕흥군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아내를 위하고, 자식을 낳으면 자식을 지키려 하고, 그것이 왕이라면 백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민왕이 덕흥군에게 실소를 지었던 것은 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 있는 사람이 왕의 자격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덕흥군이 고려백성이라는 대답을 했다면, 공민왕은 더는 피를 보지 않기 위해서 옥좌를 내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은수가 일본비충독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영은 폭풍분노로 은수에 대한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내가 그리 멉니까?". 이민호가 분노의 완급을 조절하는 섬세함이 눈에 들어왔다. 예컨데 이런 식의 호흡조절이다. "도대체(소리 버럭), 왜 말을 안했습니까?(힘을 빼고)", 도대체에서 한템포 끊고, 화나는 감정을 누그려뜨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톤을 낮춰 말을 안했냐고 묻는다. 만약 상대가 우달치였다면 한 호흡으로 갔을 것이다. 이민호가 호흡을 끊은 것은 의선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담고 있는 여인,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과 화, 그리고 걱정하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끊어 연결했던 것이다.

 

 

김희선이 화를 내고 가버리는 최영을 불러 뒤에서 끌어안고 고백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는데, 이민호의 순간순간 변하는 눈빛연기는 지금까지 중 최고였다. 처음에 유은수가 뒤에서 자신을 안자 덜컹 심장이 멎어버리는 듯한 마음이 나왔다. 그리고 유은수가 "나 가야해요? 남아도 돼요? 안돼요?"라고 묻자, 최영은 독에 당하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고 뒤를 돌아보려 한다.

유은수는 최영을 돌아보지 못하게 저지하면서 다시 물었다. "남은 날 내 마음대로 좋아할 거니까 나중에 잊어줄 수 있어요?", 잊으라는 말에 이민호는 썰물처럼 쓸쓸해지는 감정을 내리감은 눈빛에 담았다. 그리고 서서히 이민호의 눈에 눈물이 고여오지만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는다, 물론 대답도 함께 말이다. 가지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유은수가 위험하기에 가야한다는 말을 삼키는 것이었다. 그 복잡한 심경을 이민호는 목석처럼 서있는 장면에서도 눈빛연기로 오롯이 연결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이민호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배우 류승룡이 "배우의 덕목이 인성인데 이민호는 인성 이외에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아는 영민함과 눈빛 연기까지 갖췄다"고 칭찬하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왜 그런 칭찬을 했는지 이민호의 감정이 흐르는 눈빛연기가 증명하고도 남는 대목이었다. 괜한 칭찬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별히 이민호의 눈빛연기를 오늘 글의 주제로 삼은 이유는, 사실 드라마의 주제와 관련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첫회부터 신의의 이민호를 보면서 눈빛에 체념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는 중이었다. 쓸쓸함과는 다른 체념의 눈빛은 처음 공민왕과의 만남에서부터 쭉 이어지고 있는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이다. 정혼녀를 잃고 의욕을 잃고 잠만 잔 최영은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희망 따위는 없는 인물이었다. 강한 고려에 대한 희망도 없고, 그저 우달치로서의 맡은 임무만 세끼 밥 먹듯이 습관처럼 하고 있었다.

 

 

공민왕이 진정한 왕이 되고 싶다고, 자주고려에 대한 의지를 표방했을 때도 최영의 눈빛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공민왕을 지켜주겠다는 우달치로서의 소임에 명분 하나를 얻은 정도의 눈빛이었다. 지금도 그 눈빛은 비슷하다. 공민왕의 의지를 지켜주는 우달치 최영이 있을뿐, 공민왕의 개혁에 주도적이지는 않다. 정치는 이제현을 비롯한 학사들이 할 일이었고, 자신과 정치는 무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놀라운 점은 이민호의 체념의 눈빛이 유은수에게도 같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유은수에 대한 사심 가득한 연정의 눈빛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신의 18회차 유은수의 백허그 고백을 듣는 이민호의 눈빛연기를 보고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는 것에 무릎을 쳤다. 지난 17회에서 덕흥군에게 가는 길에 유은수는 궁 이곳저곳에 있는 최영과 만났다. 자신을 지켜보다가 피식 웃어주는 모습, 우달치들과 장난치는 모습 등 평소의 최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힘겹게 발길을 옮기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이 환하게 웃을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우달치들과 장난치는 모습에서 최영의 슬프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눈빛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나 환하게 웃던지 다른 사람인가 착각될 정도였다.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그 장면에서는 말이다.

 

강한 고려에 대한 최영 개인의 의지가 아직은 없듯이-원나라에 100년 가까이 속국이 되어있다 보니 나라를 지키는 장수로서 그런 체념의 눈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충혜왕의 변태적 행위로 스승님과 사랑하는 여인까지 잃어야 했던 최영이 아니던가?- 유은수에게는 처음 그녀에게 마음을 품은 순간부터 체념을 강조해야 했던 것이다. 슬프면서도 어딘지 쓸쓸함을 느끼게 했던 눈빛, 류승룡이 칭찬했던 부분이 이런 캐릭터 해석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유은수를 보면서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쓸쓸했던 이유는, 머물 수 없는 사람 붙잡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체념때문이었던 것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 속내를 짐작할 수 없었던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담긴 비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근래들어 이민호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있는데, 과거의 쓸쓸한 눈빛이 아니라 빛(안광)이 나오는 일이 잦고 있다는 것이다. 공민왕의 환궁을 주도하면서 덕흥군을 포박하고 우달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에서는 대장의 포스가 나오고 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영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민왕과 함께 강한 고려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영이 킹메이커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공민왕을 자극하고 나약하지 않게 세우는 일은 최영 그 자신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체념에서 의지로, 희망으로 변해가고 있는 이민호의 눈빛변화는 킹메이커로 거듭나는 최영의 성숙과정인 것이다.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 그 변화가 드라마 신의를 관통하는 주제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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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민호, 심장 멈추게 한 폭풍키스와 너무나 슬펐던 밀실의 대화